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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밴드 - 만남이 음악이 된 순간, 그 역사

어바웃어북

정일서 (지은이)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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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밴드의 역사를 집대성한 국내 최초의 책!
밴드 음악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제대로 탐닉할 수 있는 지도 같은 책!

1960년대 초 영국 리버풀의 뒷골목에서 찌그러진 기타를 멘 더벅머리 소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만난 그 순간 대중음악의 역사가 뒤바뀔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딱정벌레들(Beatles)의 위대한(!) 만남에 동기 부여가 되었던 이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귀뚜라미들(Crickets)들이다. 1956년에 처음 결성된 크리케츠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이라는 4인조 록 밴드의 원형을 갖춘 최초의 뮤지션이었다.
크리케츠에서 비롯되어 비틀즈에서 폭발한 밴드 음악은, 6,70년대 블루스와 포크 록,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레시브를 거쳐 80년대 뉴웨이브와 헤비메탈, 90년대 그런지와 브릿팝, 그리고 2000년대 이후 EDM과 포스트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진화를 이끌었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이후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음악사에 아로새겨진 밴드와 뮤지션에 관한 아카이브이자 뮤직에세이이다. 1104쪽에 이르는 이 방대한 저작에는, 가수의 백밴드로서 반주자에 머물렀던 뮤지션들이 어떻게 연주자로 거듭나면서 팝 음악사를 이끌어왔는지가 수백 컷의 매력적인 사진들과 함께 담겨있다. 아울러 405개 밴드의 공연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엄선한 QR코드를 수록해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밴드의 대표곡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산울림 김창완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것은 바로 밴드가 남긴 음악이자 삶의 흔적들이다. 그것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서사를 이루고 역사로 기록될 때, 음악의 미래를 진화시키는 토대가 된다. 이 책은 밴드에 새겨진 서사와 역사에 관한 선명한 증거물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역사는 미래를 여는 강력한 도구이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음악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밴드의 역사에 귀를 기울이고, 또 밴드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만남이 음악이 된 순간, 그 사라지지 않는 것들의 역사
“나는 역사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예순은 예순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대한 저작물을 받아들고 처음 한 일은 1977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살피는 거였다. 왜냐하면 산울림이 데뷔한 해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뒤져본 것 아닌가? 밴드를 모르는 채로 45년 동안 밴드를 해왔다. Saxon이나 산울림은 여기에 있는 400여 팀의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역사를 무시한 탓이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이 책의 출간에 붙인 글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밴드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실제 연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는 현실은 밴드 시대의 종언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라디오에서, 카페에서 혹은 길거리 어딘가에서, 심지어 누군가의 무선 이어폰에서조차 여전히 비틀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밴드의 음악이다! 밴드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밴드의 음악은 현재의 음악인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의 기원은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청년 버디 홀리는 기타리스트 니키 설리번과 드러머 제리 앨리슨, 베이시스트 조 비 멀딘과 함께 밴드 크리케츠를 결성했다. 보컬-기타-베이스-드럼이라는 악기 편성체제를 갖춘 최초의 4인조 록 밴드가 탄생한 것이다(22쪽). 그리고 그로부터 수년 뒤 대서양 건너 영국 리버풀의 뒷골목에서 찌그러진 기타를 멘 더벅머리 소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만난 그 순간, 대중음악의 역사가 뒤바뀔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존과 폴은 귀뚜라미들(Crickets)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밴드의 이름을 딱정벌레들(Beatles)로 정하고 영국의 대중음악계를 평정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36쪽).

이 책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이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음악사에 아로새겨진 밴드와 뮤지션에 관한 아카이브이자 뮤직에세이이다. 1104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 안에는 가수의 백밴드로서 반주자에 머물렀던 뮤지션들이 어떻게 연주자로 거듭나면서 팝 음악의 역사를 이끌어왔는지가 수백 컷의 매력적인 사진들과 함께 담겨 있다.

“밴드에는 멤버의 수에 그들의 지난날들을 곱한 만큼의 서사가 있다.”
“밴드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몇 곡의 히트곡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맥락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앨범 발매 틈의 공백기에 담겨있을 고뇌와 사건들까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일이다. 화려한 슬래핑을 자랑하던 베이시스트가 왜 루트 위주의 심플하고 묵직한 주법으로 바꾸게 되었는지, 보컬의 심경 변화가 라이브 공연마다 다른 표정과 몸짓, 추임새 또는 음정 베리에이션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파헤치다 보면 음악은 더 이상 스피커 안에 박제된 소리가 아닌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는 정글이 된다. 내가 느낀 바로는 하나의 밴드에는 멤버의 수에 그들의 지난날들을 곱한 만큼의 서사가 있다.”

작사가 김이나는 추천의 글 ‘밴드에 새겨진 서사에 관하여’를 통해, 이 책이 단지 밴드의 히트곡이나 음악적 우여곡절을 소개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거의 모든 밴드에는 프런트맨에 해당하는 싱어 혹은 팀을 이끄는 리더가 존재하지만, 밴드의 음악은 결코 그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 책의 탁월한 가치는 프런트맨에 국한하지 않고 밴드 멤버 각각의 음악적 역량까지 비중 있게 다룬다는 데 있다. 스포트라이트에 비켜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연주해온 밴드 멤버들의 곡진한 이야기는 늘 밴드 음악의 중요한 자양분이 돼왔다. “하나의 밴드에는 멤버의 수에 그들의 지난날들을 곱한 만큼의 서사가 있다”는 작사가 김이나의 글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70년대 사이키델릭 록의 전설 도어즈에는 짐 모리슨이라는 걸출한 리드 보컬이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을 완성한 것은 레이 만자렉의 오르간과 로비 크루거의 기타, 그리고 존 덴스모어의 드럼이었다(121쪽). 1976년에 처음 밴드를 이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최고의 공연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유투(U2)도 다르지 않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멤버 교체 한 번 없었던 밴드의 전면에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보노가 있었지만, 그의 뒤를 바치는 멤버들의 빈틈없는 연주력이 없었다면 유투의 음악 또한 존재할 수 없었음을 이 책은 강조한다(573쪽).

이 책에서 다룬 콜드플레이의 이야기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콜드플레이 역시 밴드의 리드 보컬이자 프런트맨인 크리스 마틴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킨다. 특히 드러머 윌 챔피언의 일성(一聲)은 밴드의 일원으로서 멤버들이 갖고 있는 마음가짐을 잘 드러낸다(973쪽).
“화려한 필인이나 롤은 즐기지 않습니다. 곡을 잘 듣고 정말 필요할 때만 드럼을 치죠. 어떻게 치느냐 만큼 언제 치지 않느냐도 중요합니다.”

부조리한 기성세대와 불화했던 시대의 아이콘
“수많은 로큰롤 영웅들의 탄생과 일화들이 그리스 신화처럼, 약간은 취한 몽롱한 동화처럼 펼쳐진다. 멤버들 각자의 색깔로 된 셀로판지를 한데 겹쳤을 때 예상치 못한 신비한 빛깔이 펼쳐진다. 절대 혼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컬러, 그것이 밴드의 매력이다. 자유와 반항, 로큰롤의 정신이 솟구친다.”

펑크 록 밴드 크라잉 넛의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 한경록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밴드의 대체불가한 매력으로 “멤버들 각자의 색깔로 된 셀로판지를 한데 겹쳤을 때 펼쳐지는 신비한 빛깔”로 묘사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자유와 반항, 로큰롤의 정신이 솟구친다”고 했다.
그렇다. 자유와 반항은 로큰롤의 정신(Spirit of Rock)이자 밴드의 정신이다. 수많은 밴드들이 부조리한 기득권 세력과 불화했고, 그래서 권력자들은 밴드가 국가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밴드에 블랙리스트 딱지를 붙이곤 했다. 데뷔 초기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비틀즈는 후기로 갈수록 존 레논을 중심으로 미국이 벌인 베트남전과 백인 중심 사회의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음악에 실었다.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를 비롯해 제퍼슨 에어플레인, 산타나, 더 그레이트풀 데드 같은 밴드들은 1967년에 열린 역사적인 우드스톡 공연을 통해 반전과 평화 운동의 주역이 된 ‘플라워 칠드런 세대(Flower Children Generation)’의 음악적 대변인을 자처했다. 그리고 히피이즘, 사이키델릭, 카운터 컬처(대항문화) 등의 문화현상은 6, 70년대 밴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밴드의 부조리한 기득권 세력과의 불화는 7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는 단 한 장의 정규 앨범만으로 영국의 청년 실업과 심각한 경제적 곤궁에도 자신들의 안온한 삶만을 추구하는 여왕 일가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청년들은 그들의 음악에 일제히 열광했다. 펑크(Punk)의 정신이 밴드를 통해 꽃을 피운 것이다(422쪽). 수구 정치 세력은 전기 기타를 둘러멘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과민반응을 보였다.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80년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브루스 혼스비 앤 더 레인지라는 밴드를 가리켜 ‘사회안전망이 확실한 록 음악’이라는 뜻밖의(!) 찬사를 보낸 적이 있었다. 보수주의자 대통령이 대중음악 밴드를 향해 던진 매우 이례적인 메시지였는데, 그 이유는 전기 기타 대신 피아노를 앞세운 밴드의 음악이 보수 정치인에게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심각한 오해였다. 밴드는 온화한 사운드 속에 감춰진 가사를 통해 인종차별과 빈민 문제 같은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들추고 있었기 때문이다(697쪽).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 와스프(W.A.S.P)가 1984년에 발표한 데뷔 싱글 'Animal(Fuck Like a Beast)'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미국 학부모들의 음악 검열 단체인 PMRC(Parent Music Resource Center)로부터 경고성 징계를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와스프는 청소년 유해물을 뜻하는 ‘Parental Advisory’ 딱지를 그들의 데뷔 앨범에 붙여 발매해야만 했다. PMRC는 클린턴 정부에서 부통령이 된 앨 고어의 아내 티퍼 고어가 주도해 만든 단체였다(655쪽). PMRC는 그들의 기준에 비교육적이라고 판단되는 뮤지션의 앨범에 ‘Parental Advisory’ 딱지를 붙이곤 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록 밴드의 앨범이었다.

그들의 운명을 옥죄었던 갈등과 분열, 약물중독 그리고 죽음
“혼자 저을 수 있는 배로는 매일 같은 곳을 맴돌 뿐이었다. 하지만 밴드가 함께라면 나는 수평선 너머 망망대해를 지나 전설에만 존재하는 파라다이스에도 닿을 수 있었다.”

퓨전 재즈 록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의 말대로 뮤지션들은 함께 모여 음악을 하며 혼자 저을 수 있는 배로는 닿을 수 없는 전설에만 존재하는 파라다이스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수많은 밴드들은 파라다이스에 이르기도 전에 혹은 그 이후 좌초되고 말았다.

“그들은 툭하면 싸웠고 그 해소불가능한 갈등이 팀의 종말을 앞당겼다.”(36쪽) 비틀즈 이야기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잦은 충돌은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단골 화젯거리였다. 수많은 황색언론들은 밴드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고, 이미 파라다이스를 맞본 딱정벌레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것은 비단 비틀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나의 밴드에 개성 강한 두 명의 프런트맨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한 밴드는 차고 넘쳤다. 스티븐 스틸스와 닐 영이라는 천재 뮤지션으로 유명한 밴드 버팔로 스프링필드는 결국 두 사람의 경쟁과 알력으로 팀이 공중분해되고 말았다(148쪽). 핑크 플로이드도 다르지 않았다. 로저 워터스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싸움은 팀 해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한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240쪽).

절대권력 리더 한 명의 지나친 카리스마 탓에 수많은 멤버들이 팀을 들락거려야 했던 밴드도 적지 않았다. 킹 크림슨은 활동 내내 늘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그 사이 수많은 멤버들이 밴드를 드나들었다. 그것은 로버트 프립이라는 천재 절대권력자를 둔 대가였다(192쪽).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CR)의 프런트맨 존 포거티 역시 고독한 천재이자 독재자였다. 넘치는 재능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는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에 이르기까지 밴드의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자신의 통제 하에 두었다. 다른 멤버들의 소외감과 불만이 커져간 것은 당연했다(189쪽).

밴드의 수명을 단축시켰던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멤버들의 약물과 요절이었다. 지미 헨드릭스 익스프리언스의 지미 헨드릭스, 도어즈의 짐 모리슨, 씬 리지의 필 리뇻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약물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밴드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밴드 뮤지션 가운데는 유독 충동적인 죽음이나 사고사도 끊이질 않았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엽총자살로 생을 마감했고(800쪽), 시카고의 테리 케이스는 파티에서 총기로 장난을 치다 그만 실수로 발사된 총알에 맞아 즉사하고 말았다(528쪽). 이 책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크리케츠의 버디 홀리는 불의의 비행기 추락사로 비운의 삶을 마쳐야 했다(22쪽). 한마디로 불꽃같은 인생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밴드 뮤지션들은 현실과 음악 사이에서 불안한 삶을 살았고, 자신의 삶을 연소시켰다.

지금 당장 밴드의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미국의 포크 가수 돈 맥클린은 'American Pie'라는 곡에서 버디 홀리가 숨진 그날을 가리켜 “The day the music died.”, 그러니까 음악이 죽은 날이라고 노래했다(26쪽). 당연한 말이다. 죽음은 뮤지션의 인생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창완의 말대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밴드가 남긴 음악이고, 또 그들의 삶의 흔적들이다. 그것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서사를 이루고 역사로 기록될 때, 미래의 음악을 진화시키는 토대가 된다. 이 책은 그들의 서사와 역사에 관한 선명한 증거물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역사는 미래를 여는 강력한 도구이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음악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밴드의 역사에 귀를 기울이고, 또 밴드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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